- 01고전 교육을 통한 인문학 교양 교육 강화
- 02전공 교육 강화를 위한 이해능력과 비판적·논리적 사유능력 함양
- 03인문대학 특성화와 학부교육선진화 도모
“대학의 본질은 과거와 미래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대학은 다음 학기에 나올 결과나 학생들이 졸업한 뒤 갖게 될 직업만을 다루는 곳이 아니다. 일생의 틀을 마련하고 수천 년의 유산을 후세에 전하는 동시에 미래를 결정하는 배움터이기 때문이다.”
(The essence of a university is that it is uniquely accountable to the past and to the future – not simply or even primarily to the present. A university is not about results in the next quarter; it is not even about who a student has become by graduation. It is about learning that molds a lifetime, learning that transmits the heritage of millennia; learning that shapes the future.)
위 구절은 2007년 10월 12일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총장 드류 길핀 파우스트(Drew Gilpin Faust)가 취임 연설에서 대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강조한 대목입니다.
파우스트는 1636년 매사추세츠에 설립된 하버드대학교의 371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장일 뿐 아니라 1672년 이후 하버드 출신이 아님에도 총장에 오른 첫 번째 인물로서 전공은 미국사와 여성사입니다. 십 수 년 전부터 한국의 여러 대학들이 ‘CEO형 총장’ 시대를 운운하면서 기업 경영의 마인드로 무장한 이들을 총장으로 내세우는 사례가 빈번한 가운데 외국의 전통 있는 한 대학교에서 펼쳐진 이런 모습은 낯설기까지 합니다.
하버드대학교 역시 2001년에 빌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부장관 출신인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를 총장으로 영입해 ‘개혁’이란 명분을 내세워 구조조정과 경쟁 체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다가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뒤 2006년 결국 그를 사퇴시키고 파우스트를 총장으로 선택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그리고 대학 본연의 존재 목적은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이라는 ‘실용성’을 넘어 인간의 일생에 영향을 미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가르침과 배움에 있다는 점을 역설한 파우스트 총장의 발언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아주대학교 인문대학은 2014년 1학기부터 1학년 학생(편입생 포함, 2015년 1학기부터 2학년 학생까지 확대) 모두가 참여하는 클라시쿠스 프로그램(총 9학점 이수)을 시작합니다.
라틴어 형용사 클라시쿠스(classicus)에는 ‘고전적인, 유서 깊은, 유명한’ 등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명사 클라시스(classis)는 고전(classic), 명작, 고전 강의, 그리고 표준(standard), 기준, 본보기, 규범 등을 의미합니다. 또한 고대 로마의 신분 제도에서 ‘일류의, 고급의, 제1급의, 최상의, 우수한, 빼어난’ 시민과 그에 해당하는 사회 계층을 뜻합니다. 그뿐 아니라 육군과 해군, 특히 함대와 선단(船團)을 의미합니다. 좀 더 부연한다면, 공동체의 위기 시에 자발적으로 선단을 꾸리거나 기부하는 제1급 시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클라시쿠스 프로그램을 통해 인류 문화의 유산을 맛보고 인간의 쓰임새(用)가 아니라 인간 삶의 묘(妙)를 존중하는 인문 정신을 키우며 미래를 주도적으로 준비해나가면서 위기 시에 당당하게 책임과 의무를 감당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인문 정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세상’을 만들려는 정신이며, 삶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만들어가는 사람의 무늬 (人文 또는 人紋), 그리고 묘(妙)의 지극함을 존중하려는 태도다.” (김영민, <진리, 일리, 무리>, 철학과 현실사, 1998, 31쪽)